"속옷만 입었는데 수색당한 느낌" 탈탈 터는 휴대전화 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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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둘33 쪽지보내기 댓글 5건 조회 520회 작성일 19-11-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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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가 마포대교에서 던졌어.”

얼마 전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 수감된 한 공무원은 구치소로 면회 온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휴대전화를 강물에 버렸다. 그런데 지금은 내게 유리한 증거도 그 전화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했다. 부인은 며칠 후 한강에서 건진 여러 개의 스마트폰을 가져와 남편을 다시 만났다.

“속옷만 입고 있는데 집 압수수색을 당하는 느낌이랄까요. 굳이 비유하면 그 정도 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검찰의 한 간부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사생활 침해 정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자택 압수수색도 충격적인데, 그보다 더 내밀한 것을 들키고 빼앗기게 된다는 비유였다.

지난 8월부터 이어진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과정에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된 것 중 하나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이었다. 조 전 장관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연락 여부는 물론 내용까지 알 수 있는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반면 ‘먼지털이식 수사’를 주장하는 이들은 검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시도를 놓고서도 과도한 사생활 침해이자 인권 침해라고 비난해 왔다.

지나간 장면까지, 사생활 침해 불가피

검찰의 한 간부가 ‘속옷’에 비유한 데서도 알 수 있듯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민감하고 치명적인 일이다. 검찰의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쪽에선 특정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자신의 개인 활동 내역을 검찰에 몽땅 내줄 경우 또다른 별건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은 양적·질적인 면에서 피체포자가 지닐 수 있는 여타의 물건들과 확연히 다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사람에 대한 수색은 ‘물리적 실체물(physical realities)’에만 국한됐지만, 오늘날의 스마트폰은 엄청난 저장 용량을 갖고 있다. 수백만 페이지의 문서, 수천장의 사진, 수백편의 영상을 저장할 수 있다. 특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사람의 스마트폰을 검찰이 압수수색한 뒤 포렌식을 통해 분석한 결과 다소 부적절한 문서 또는 사진이 나왔거나 또다른 범죄 혐의가 드러났을 경우 피의자의 방어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인 조지훈 변호사는 19일 “휴대전화 압수수색 절차에 직접 참여한 변호사들은 아주 구체적으로 휴대전화 수사가 사생활 침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현재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을 위해 스마트폰을 ‘이미징’하는 절차와 이미징 파일 중 사건과 관련된 파일 정보를 추출하는 ‘선별’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며 “선별 절차에 들어가 포렌식, 이미징한 파일을 보면 삭제된 모든 메시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압수수색의 차이점은 ‘검색’이다. 그리고 이는 수사에 꼭 필요하지 않은 정보도 수사기관에 노출되는 문제로 이어진다. 검찰의 포렌식 과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대개 형사소송법상 관련성 있는 증거로 압수수색이 제한되기 때문에 컴퓨터 압수수색의 경우 ‘검색어’를 돌려서 범죄사실과 관련 있는 것만 찾는다”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그런데 전화기는 그렇게 검색을 돌리기 어렵다”며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다”고 했다.

예컨대 수년간의 통화 내역이 발견될 때, 이것이 범죄 혐의와 관련 있는 정보인지 그때그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압수수색 집행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면 통화 내역 압수수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반대로 폭넓게 인정하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잠깐 인터넷 페이지에 접속했을 때 순간적으로 다운받는 이미지도 포렌식 과정에서 다 나온다. 수사기관은 메시지, 소셜미디어, 멀티미디어 등으로 자료를 분류한 뒤 피압수자와 변호인을 부른다.

조 변호사는 “아주 오래전에 저장됐던, 카톡 이미지상으로 부적절한 것이 드러나 있는 것을 봤다”며 “사건과 전혀 관계 없는데, 그걸 추출하는 과정에서 수사관들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봐야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에게 스마트폰은 블랙박스

검찰은 휴대전화를 통한 사실관계 확정의 필요성을 신봉하는 편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예전에는 컴퓨터나 회계 서류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면, 요즘은 휴대전화 하나로도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교통사고 사건의 많은 논란을 불식시켜줬던 게 블랙박스라면 특별수사 영역에서는 스마트폰이 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스마트폰은 검찰에 보물단지라는 얘기다.

검찰에서 디지털 수사를 맡아 일했던 한 변호사는 “본인이 활동했던,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했던 자료가 휴대전화에 다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개입이 가장 확실히 드러난 대목은 검찰이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압수한 차명폰 2개였다. 정 전 비서관은 아내에게 대통령과 사용한 차명폰들을 폐기하라고 지시했는데, 다 버리지 못하고 2개가 집안에 남아 있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그 스마트폰 2개를 가져갔다는 소식을 들은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님” 하면서 대성통곡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대응 방안’을 문건화한 사례도 유명하다. 안 전 수석은 “1년간 통화 내역은 어떻게 해도 없앨 수 없다.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폰은 액정 우측 상단 3분의 1 지점을 집중 타격해 부수거나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복원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들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한강에 던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기업 임원들이 1년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일도 이젠 일상화됐다.

수사기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홍성훈 한국잠수협회 사무국장은 “과거에는 수사기관에서 한강에 떨어진 유실물을 수거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말했다. 요즘엔 소방 당국이 잠수를 배우면서 민간기관 의뢰가 뜸해졌다고 한다. 홍 사무국장은 한강에 휴대전화를 던져도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던질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있다”며 “CCTV 등을 통해 던진 위치만 정확히 알면 그 반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근엔 수중에서 사용하는 금속탐지기가 개발돼 휴대전화가 실제 그곳에 있다면 얼마든지 꺼낼 수 있다고 한다.

제3자의 선별, 사회·제도적 논의 필요

수사에 압수수색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렇듯 사생활·인권 보호와 충돌하는 상황에선 수사기관이 아니라 휴대전화 정보를 선별하는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인권 침해가 불가피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정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관련해 법원과 수사기관이 협의해서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신정아 사건, 왕재산 사건, 이석기 사건 등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둘러싼 충돌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임 교수는 “휴대전화 자료는 실타래처럼 계속 이어진다”며 “어디에서 끊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제3자가 개입해 예민한 개인정보는 추리고 나머지만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제3의 독립 위원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수사기관이 보든, 제3자가 보든 개인정보 침해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포렌식’ 탓에 스마트폰을 강물에 던지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일이 허사가 될 수 있다. 구글과 네이버, 카카오 등은 스마트폰 연락처나 일정, 사진 등을 서버에 동기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검찰이 클라우드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게 되면 스마트폰 폐기는 큰 의미가 없어진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클라우드 정보를 활용했다고 추측한다.

다만 수사기관이 법원에서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허가받았을 때 클라우드 정보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느냐 하는 논쟁의 여지는 남아 있다. 한 변호사는 “구글도 요즘 다 연동인데,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미국 내 정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연 한국에 있는 정보인가, 외국 서버에 있는 정보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들이 남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서도 아마존 클라우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지금 수사와 재판이 이뤄진 증거는 대부분 관련자들의 스마트폰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휴대전화 압수수색 문제의 열쇠는 영장을 발부하는 법원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한 검찰 간부는 “법원이 디지털 증거의 압수수색영장 뒤에 붙여주는 집행 방법 제한 정도가 일단 최선의 접점”이라고 말했다.

무섭네요 ㅎㄷ 공무원, 국회의원들 중 휴대폰 떳떳한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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